“한 잔쯤이야”가 쌓이는 무게
술을 마신 다음 날, 괜히 얼굴이 붓고 속이 더부룩한 느낌이 드는 날이 있습니다. 반복되는 회식, 친구들과의 맥주 한 잔, 스트레스를 푸는 와인 한 잔까지. 우리는 생각보다 자주, 그리고 가볍게 술을 마십니다. 그럴 때마다 속으로는 “이 정도면 괜찮겠지”, “한 잔으로는 살 안 찌겠지?”라는 합리화를 하곤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한 잔’이 누적되며 우리의 몸무게에도, 건강에도 영향을 준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다이어트를 결심한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권하는 조언 중 하나가 '술을 끊으세요’라는 것인데요, 단순히 음주가 칼로리만 높아서일까요? 아니면 그 너머에 더 복잡한 과학적 메커니즘이 있는 걸까요?
오늘은 우리가 무심코 마시는 술이 체중 증가에 어떤 방식으로 작용하는지, 과학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그리고 술을 마시더라도 체중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 함께 알아봅니다.
술에는 생각보다 높은 '숨은 칼로리'가 있다
우선 가장 단순하면서도 명확한 이유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술은 고칼로리 식품입니다. 일반적인 인식보다 훨씬 높은 열량을 가지고 있죠.
예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소주 1병(360ml): 약 400~500kcal
- 맥주 500ml: 약 200kcal
- 와인 1잔(150ml): 약 120kcal
- 위스키 스트레이트 50ml: 약 110kcal
술에 들어 있는 ‘에탄올(알코올)’ 자체가 1g당 약 7kcal로, 탄수화물(4kcal), 단백질(4kcal)보다 높고 지방(9kcal)보다는 약간 낮은 수준입니다. 이 말은 곧, 술은 마시면 마실수록 몸속에 에너지(열량)가 축적된다는 뜻입니다.
더욱이 술은 ‘액체’이기 때문에 포만감을 거의 주지 않습니다. 밥 한 공기를 먹으면 배가 불러서 그만 먹게 되지만, 술은 마시면서도 배가 부르지 않아 더 많은 양을 섭취하게 되죠. 게다가 술과 함께하는 안주는 대부분 고열량이라는 것도 문제입니다.
- 치킨, 족발, 삼겹살, 마라탕, 감자튀김, 건어물, 피자 등
술을 마실 때 우리가 흔히 곁들이는 음식은 대부분 지방과 나트륨 함량이 높은 음식들입니다. 이는 곧 술 + 고열량 안주 = 체중 증가의 공식을 만들게 됩니다.
음주는 대사를 방해하고 지방 축적을 유도한다
칼로리뿐 아니라, 알코올은 체내 대사과정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 몸은 술을 마시면 그것을 ‘독성 물질’로 인식하고 가장 먼저 처리하려 합니다. 이 때문에 간은 다른 대사작용보다도 알코올 해독을 우선으로 진행하게 되죠.
문제는 이 과정에서 다른 영양소의 대사가 뒷전으로 밀린다는 점입니다. 특히 지방의 분해가 억제되며, 이는 체내 지방 축적을 불러옵니다. 쉽게 말해, 술을 마시면 몸은 지방을 태우지 않고 저장하려는 쪽으로 작동하게 된다는 뜻이죠.
게다가 술은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고, 혈당 조절에도 악영향을 미칩니다. 결과적으로 체내 에너지 대사 효율이 떨어지고, 복부 비만의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특히 맥주나 막걸리처럼 당분이 포함된 술은 혈당 상승에 영향을 주고, 지방간을 유발할 가능성도 큽니다.
또한 술을 마신 다음 날 활동량이 줄고, 피로감이 커지며, 자연스럽게 운동도 줄게 됩니다. 이 역시 체중 증가의 간접적인 원인이 됩니다.
음주는 식욕을 자극한다
음주 후에 밤늦게 야식을 찾게 되는 경험, 다들 한 번쯤 해보셨을 겁니다. 왜 그럴까요? 술은 뇌에 작용해 식욕을 증가시키는 호르몬(그렐린)을 자극합니다. 즉, 술을 마시면 뇌가 더 많이 먹고 싶다고 신호를 보내는 것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알코올은 자제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다이어트를 결심한 사람도 술에 취하면 “오늘만 먹고 내일부터 다시”라는 마음으로 고칼로리 야식을 먹게 됩니다. 이런 반복적인 패턴은 결국 체중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의 한 연구에서는, 음주 후 섭취하는 음식 칼로리가 평균보다 30% 이상 증가한다는 결과도 있었습니다. 특히 고지방·고염분 식품에 대한 선호도가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결론적으로, 술은 칼로리를 제공할 뿐 아니라 지방을 쌓이게 만들고, 더 많이 먹게 하는 삼중 효과를 갖고 있습니다. 다이어트의 적이라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다이어트를 원한다면, 술과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 절대 술을 마시면 안 된다!”고 말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체중 관리나 건강을 생각한다면, 음주 빈도와 양을 줄이는 노력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다음은 술을 마시면서도 체중 증가를 최소화하기 위한 팁들입니다:
- 빈속에 술 마시지 않기: 공복에 마시면 흡수가 빠르고, 폭식으로 이어질 수 있음
- 고칼로리 안주 대신 단백질 위주로 선택: 삶은 계란, 두부, 오이, 닭가슴살 등
- 적정 음주량 유지하기: 소주 1~2잔, 맥주 1잔 정도가 가장 무난
- 다음 날 활동량 늘리기: 가벼운 운동, 산책, 스트레칭으로 대사 회복
- 주 2회 이상 음주 자제: 매일 마시는 습관은 체중뿐 아니라 간에도 치명적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적당한 음주’라는 기준이 필요합니다. 단지 칼로리만 높은 게 아니라, 대사, 식욕, 행동까지 복합적으로 체중에 영향을 주는 음주, 이제는 조금 더 의식하며 마셔야 할 때입니다.
“한 잔쯤은 괜찮겠지”라는 말보다 “오늘은 물을 마셔볼까?”라는 선택이 당신의 건강과 체형을 지켜줄 수 있습니다.